복음과 믿음
추석에는 달이 없다 본문
추석에는 달이 없다 / 이근호 목사
명절날에는 명절 값을 하는 게 있다. 추석에는 뭐니 뭐니 해도 환한 보름달이다. 달 핑계되고 술에 자기 몸을 맡겨 본다. 달구경 빙자해서 밤 새 노니 본다. 평소에도 뜨는 달이지만 그 날 만큼은 왠지 더 커 보인다. 그 날은 달이 태양이 되고 지구는 달이 되는 날이다. 사람들 가슴마다 숨어 있던 신의 얼굴이 달이 되어 나타나는 때, 그 날이 바로 추석이다.
그런데 그 날에 만약 달이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 공해로 천막 쳐진 밤 하늘에는 뿌연 연기만 있다. 낮에 지상에서 부지런히 올라간 연기들이 모여 밤에는 하늘 공간에서 휴식하고 있다. 인간들이 인간들의 신을 가린 것이다. 과거 어릴 때나 현재나 미래까지 영원토록 변함없을 것이라는 여겼던 우리들의 마음 속의 신은 이렇듯 뿌연 연기체가 되어 이리 저리 바람에 흘려 다닌다.
추석에도 조차 달을 볼 수 없다면 인간은 풀이 죽은 채로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 와야 한다. 아스라이 되살아날 뻔했던 어릴 때 추석 시절은, 고향 땅 공동묘지 속으로 사라져 갔다.
이제부터는 자신에게 냉혹해야 한다. 자신에게 매서운 매질을 하여 항상 현재, 현재 속에 묶어 두어야 한다. 미래는 없다. 일상 생활을 떠나서 신을 찾아 행각에 나서는 것을 용서하지 말아야 한다. 현실에 충실한 것, 이것만이 이 도시에서 생존자로 남는다. 이유 없는 인생살이가 예상외로 행복을 안겨다 줄 수가 있다. 방향도 없고 목적 없는 운명이 오히려 순간적으로나마 웃음을 만들 수 있다. 공해에 찌든 도시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은 공해 같은 인간형일는지 모른다. 이웃도 모르고 형제도 모르고 조국도 모르고 그리고 자아도 모르고... 단지 안다는 것은 자신이 돌멩이처럼 존재하고 있다는 것뿐일 때, 인간은 어쩌면 본래의 순수함으로 되돌아 간게 아닐까?
오늘날 교회가 이와 같다. 교인들은 추석날 달을 찾듯이 예수님을 찾아 교회로 몰려온다. 그러나 거기에는 예수님이 없다. 단지 각자의 욕심이 피워 올린 탐욕의 검은 연기만이 온 예배당을 텅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 기도하는 내용도 욕심, 찬양하는 성가대로 욕심을 기초로 하여 찬양하고 특히 설교하는 내용도 인간들의 욕심을 하나라도 더 정당화시켜 주기 위해 온갖 아부적 몸짓을 가지고 표현하고 특히 헌금 시간에는 깨진 연탄 조각들처럼 더럽고 추잡케 번 돈들이 강단에 우수수 올라와서 축복을 기다린다. 그것도 순서를 지켜서. 마지막은 축도로서 입가심 해준다. 뭘 잘했다고 복을 받으려고 하는가.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모자라서 ? 분에 안차서?
교인들은 각자 나름대로 신의 얼굴을 알고 있다. 한민족 대대로 제시 풍습을 통해서 배워온 교리가 있었다. 그 교리의 내용은 이렇다. 지성이면 감천,즉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민족 신학이다. '새벽기도 안 빠지고, 목사 잘 섬기고, 헌금 많이 하고, 기도를 오랫동안 하면 제 아무리 서양 하나님이라 하지만 은혜 안 주고야 못 배기겠지'라는 그들만의 신학이 정립되어 있다.
그들은 포기를 모른다. 그들에게는 자기를 부인하는 원리를 모른다. 자기의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박는 것에 대해서 깜깜하다. 날마다 자신을 십자가에다 매달아 한다는 것을 모른다. 단지 그들은 자기를 학대하기까지 자기 욕심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자기 탐욕을 성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던져 투자한다.
하나님께서 한국에 복음을 찾고 있는데 생긴 것은 거대한 교회당들이다. 가난에 억눌려 온 심성들이라 어찌하든지 악착 같이 이 가난으로부터 해방되고자 축복 일변도의 교회당을 세워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것만이 교회 인 줄 아는 풍토로 변했다. 축복 외치지 아니하면 교회 아닌 줄로 안다. 목사 섬기지 말고 바로 주님과 이웃을 섬기라고 하면 이단일 줄로 안다. 예수님의 땀과 피 대신 악착같은 한국 민중들의 혼이 서려 있는 것이 교회라면 이미 그 교회에서는 예수님이 안 계신다.
추석은 추석인데 달을 잃은 추석이 된 것처럼, 교회는 교회인데 민중교나 인간교가 되어 버린 교회들,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런 종교단체를 그리스도의 몸이라 불러 주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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